1주일간의 리모트워크는

Calmglow
Remote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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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n readAug 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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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몬스터는 2018년에 모든 구성원이 제주에 모여 2주일간 같이 일했다. 구성원들의 가족들도 같이 와서 각자 다른 숙소와 일정을 갖되 업무시간에만 같이 일하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을 슬기롭게 지냈던 것 같다.

2019년 올해는 좀 다르게 여름을 지내보려 2주간 리모트워크를 해보기로 했다. 각자 2주간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기로.

왜 리모트워크(RemoteWork)인가?

리모트몬스터는 SaaS 혹은 PaaS를 판매하는 클라우드회사이다. 다른 IT솔루션 회사들처럼 고객사를 방문할 일이 많지 않다. 사실 고객사의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트래픽의 50% 이상이 한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다. 만약 리모트워크가 가능하다면 굳이 서울에서 모두가 같이 근무할 필요는 없다.

리모트몬스터의 개발자 대부분은 WebRTC 전문가들인데 국내에서만 이 WebRTC 개발자를 구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제까지 해외의 WebRTC 개발자를 구인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과연 우리는 리모트워크를 할 수 있는 문화를 갖고있을까?'하는 고민이었다.

리모트워크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도가 높은 점도 한몫을 했다. 구성원 중에는 출근시간이 2시간이 걸리는 사람부터 최소한 40분 이상 걸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매일같이 1시간에서 4시간까지 걸리는 출퇴근 시간, 너무 비효율적인 일상이 아닐 수 없다.

리모트워크는 글로벌 시장을 꿈꾸는 스타트업은 피할 수 없는 이슈인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우리만의 리모트워크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 왜? 리모트몬스터잖아!!

나는 올해도 제주에 왔다(월정리)

다들 어디에서 일했는가?

일단 나는 2주간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다. 아내와 아이는 제주에서 원없이 바다를 즐겼다. 어떤 구성원분들은 베트남에서 혼자만의 여행과 업무를 같이 했다. 어떤 분은 강원도 양양의 한적한 바닷가로 가족들과 떠났고 어떤 분은 일본 또 어떤 분은 서울 이곳저곳을 떠돌며 업무를 보냈다.

물론 어떤 낯선 곳을 택하기보다는 집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분도 다수 있었다.

일이 과연 잘 되던가?

아침 9시 10분에 hangout으로 전체 영상회의를 하고 또 5시부터 마무리 영상회의를 담당 분야별로 해서 오후 6시까지 업무를 마무리했다.

영상회의로만 업무를 보다보니 상대적으로 잡담이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적게하게 되고 사적인 이야기가 줄게 되니 회의 시간이 짧아 졌다.

다만 옆에 나를 보는 동료가 없기 때문에 좀 더 느슨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커밋이나 채팅이나 문서 업데이트등의 이벤트를 자주 발생시키고 동료의 이벤트에 더 자주 피드백을 주는 행위가 중요함을 알게되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가장 큰 변화는 notion, slack, hangout, visual studio code의 live share, 등의 도구와 더욱 더 친하게 된 점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할 땐 말보다 더 빠른 수단이 없다. 그런데 대화는 빠르지만 기록으로 남기가 어렵다. 중요한 순간만 기록되고 대부분은 기억속에 사라진다. 하지만 원격으로 일하다보니 각자가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에 업무를 주고받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업무에 대해 text와 image등으로 남기게 되고 각자가 남긴 기록의 이벤트를 잘 받을 수 있는 도구에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회사의 모든 이벤트에 민감해지다: github의 커밋, notion에 올리는 사람들의 모든 문서들, 회사 서버들의 장애감지 이벤트, 회사 홈페이지의 고객문의등은 이전에도 slack의 이벤트로 수신되던 것이었는데 훨씬 더 이러한 이벤트에 기반한 업무를 처리하게 되었다. 구성원들의 아주 작은 변경사항에 대해서도 더 피드백을 잘 줄 수 있게 되었다.

원격 업무를 위한 도구에 익숙해지다: hangout(구글 meet)이 10명 동시 컨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말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notion은 더이상 리모트워크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문서관리시스템이 되었고 이 모든 이벤트의 중심에는 slack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경험한 도구는 바로 Visual Studio Code의 Live Share 기능이다. 2인 이상이 같은 프로젝트를 같이 보면서 각자 코딩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텍스트 채팅과 음성 채팅도 할 수 있다. 게다가 터미널등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재밌게 원격에 있는 동료와 같이 코딩을 하거나 리뷰를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로컬에서 같이 리뷰작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회사에게 추천할까?

모든 업무에 어울리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리모트몬스터는 대부분의 업무를 슬랙과 깃허브, notion으로 수행할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었기에 적응이 어렵지않았고 업무 자체도 원격으로 고객의 기술문의에 대해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있다. 또한 리모트몬스터 상품은 화면이 없고 SDK와 API이기때문에 디자인과 관련된 작업이 많지 않은 점도 리모트워크에 유리한 편이라고 하겠다.

다만 만약 고객과의 만남이 많거나 디자인관련 협업이 많이 필요한 스타트업이라면 리모트워크는 좀 어렵지않을까 싶었다.

리모트워크 피할 수 없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모트워크는 피할수 없는 현실인것 같다. 이번 리모트워크 기간 동안 디자이너 구인을 진행중이었는데 50%이상은 리모트워크를 선호하셨다. 앞으로 전문가를 구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리모트워크는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만 가질 것이 아니라 언제든 리모트워크가 가능한 회사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나 역시도 이번 리모트워크 기간동안 가족들도 행복해했고 나도 좀 더 스트레스를 덜 받는 시간을 보냈고 업무 역시 매우 능률적이었다. 피할 수없다면 리모트뭐크를 적극적으로 적용해보고 싶고 이번 겨울에도 한 번 시도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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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WebRTC 전문기업 리모트몬스터 창업 후 Exit 후 유랑하고 있습니다.